2018 동아마라톤이 끝났다.
동아마라톤에 참가해야겠다고 결심한건 호놀룰루 마라톤이 끝난 직후였다. 첫 마라톤을 완주하며 느낀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고, 마라톤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 (비록 걸어서 완주했지만) 호놀룰루 마라톤으로 인해 약간 누그러진 상태였다. 그렇게 결심하고 1월에 참가신청을 했다.
‘이번엔 뛰어서 완주해야지’, ‘4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연습을 시작했다. 그래도 10km는 50분 정도로 뛸 수 있으니 4시간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준비를 하면서 장거리주를 많이 연습하지 않았고(최장 24km), 근력이 부족하다보니 하프를 지나서 하체에 이상신호가 왔다. 장경인대가 말을 듣지않고 그나마 멀쩡했던 왼쪽 발목도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서브4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는데 급격하게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못해도 30km까진 뛰어가자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내 1차 목표는 sub-4였지만 2차는 4:30, 3차는 5시간 내 완주였으니까. 30km가 지나고 나니 계속 시계를 쳐다보게 되었다. ‘이 레이스가 끝나긴 할까?’, ‘난 완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두려웠다. 날 앞질러가는 러너들을 보면서 이대로 수송차량에 탑승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 잠실대교에 도착했다. 저 멀리 결승점인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였다. 롯데타워도 보였다.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지나가며 호놀룰루 마라톤 피니셔 티셔츠를 입은 일본 청년을 만났다. 나도 모르게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이미 sub-4는 물건너갔다. 4:10도 지나갔다. 완주하자라는 마음으로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결승점에 도착했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두려웠지만 결국 해냈다.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이 아쉬움을 다음 대회에서 풀기로 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떤가. 다음에 달성하면 되는데.
같이 참가한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러 고깃집에 갔는데, 대형 마라톤 클럽에서 뒷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중 나이가 지긋해보이시는 어르신이 계셨는데, 나도 그 분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마라톤을 완주하는 멋진 사람이 되고싶단 생각을 해봤다. (노인의 아내가 집안일 다 하고 고생할 거라고 아내가 말했다.)
다음 대회를 위해서 근력운동과 장거리주를 많이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