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 2020년 상반기 회고

나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 2020년 상반기 회고

Aug 02, 2020    

이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게 3개월 전이다. 올해 상반기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리고 이를 겪은 내 경험을 잊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남겨본다.

스터디 시작

아마 1월 말 ~ 2월 초였던 것 같다. 블라인드 IT엔지니어 게시판에서 디자인 패턴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을 봤다. 디자인 패턴… 약 6년 전 신입사원 기본 교육을 받을 때 Java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입사) 2~3년 후 공부해볼 만하다고 말씀하셨던 디자인 패턴… 그 말을 들은 지가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 하면서 스쳐 지나갔던 싱글턴이라던가 빌더 같은 패턴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지금이라도 공부하고자 신청했다. 다행히 결원이 생겨서 두 번째 주부터 합류해서 시작했고 GOF의 디자인 패턴을 약 한 달간 공부한 것 같다.

스터디 진행 중에 코로나가 창궐해서 첫 주와 마지막 주를 제외하고 구글 행아웃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뭔가 해본 적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됐다. 우리는 매주 패턴을 하나씩 공부해서 깃 헙에 공부한 내용을 관리했다.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 발표하고 질문이나 의견을 교환했다.

스터디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지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멀리 갈 수 있다(완주)는 점이다. 이전에도 여러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지만 모두 완주하지 못했다. 읽다 중간에 어떤 사정이 생겨서, 또는 다른 중요한 일이 생겨서 보다 말 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집에 쌓여있는 책이 여러 권이 된다. 함께 공부하는 건 조금 더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완주하게 된다. 두 번째는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공부해서 정리한 내용은 나의 관점이다. 혼자 공부했다면 여기서 끝났을 텐데 내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면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똑같이 공부하더라도 내용이 풍부해진다.

이 스터디가 잘 진행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함께한 사람들이 모두 훌륭했기 때문인 것 같다. 모두 열심히 스터디 준비를 했고 서로의 내용에 정성 들여 피드백을 줬다. 나는 이들 덕분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디자인 패턴 스터디는 끝났지만 뒤이어 오브젝트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이전에 읽다가 놔버린 책이기도 하다. 매주 한 챕터씩 읽고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8월 2일 기준으로 10장까지 커버했다.

또다시 이직

작년에 이직하고 또다시 이직하게 됐다. 사실 2019년 회고를 쓰는 시점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옮길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옮기게 됐다. 이직의 큰 이유는 내가 생각했던 환경과 많이 달라서였다. 앞선 글에서 쓴 것처럼 당시 면접과 채용 공고를 봤을 때 내부 인력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이직했는데, 실상은 협력사의 관리업무가 더 많아지고 있었다. 나는 개발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계속 이 회사에 다니다간 개발을 못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침 먼저 이직한 동료로부터 몇 군데 회사의 지원을 권유받았고, 한 곳으로 이직하게 됐다.

이번 이직 과정에선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들을 위주로 지원했다. 대부분 면접까지 진행했고, 면접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도 많이 했다.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분들도 계시고, 불편한 면접 경험도 있었다. 재밌는 점은 면접 와중에 위에서 말한 ‘오브젝트’ 책을 들고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었는데, 어떤 면접에서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을 들은 면접관이 “혹시 그 책 이름이 ‘오브젝트’냐”라고 물었고, 나는 맞다고 하고 지금 저 가방 속에 책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약간 스무스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물론 기술면접이 계속 진행되면서 나는 멘탈이 붕괴됐지만). 면접관은 이어서 그 책을 쓰신 분이 작성한 코드가 회사에 있다고 얘기했다. 사실 저자가 어떤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그분이 다녔던 회사에 면접을 보고 있었다. 이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부분의 지원 회사가 서비스 기업이었다. 많은 회사가 기술 면접을 하드 하게 진행했다. 면접 한번 보는데 두 시간 이상인 면접도 있었다. 모든 걸 대답할 수 없는 면접도 있었고, 이상하게 잘못된 대답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탈락 중에도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가를 면접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점을 채워나가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통보를 받고 의아했던 게, 그 회사는 내가 면접 중에 많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내가 면접관이어도 날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합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접 와중에도 떨어졌다고 확신하고 면접관께 나에 대해서 피드백을 요청하기도 했다(면접관들은 성심성의껏 피드백을 주셨다.). 나중에 면접관 중 한 분과 면담할 기회가 있어서 왜 날 뽑았는지 물어봤다. 당시에 들었던 대답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였다. 나를 뽑아준 회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전 회사가 나쁜 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나는 AWS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클라우드와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에 대한 경험을 했다. 이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고 다시 작년 초로 돌아가서 이직할지 물어봐도 나는 옮기겠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다시 이직해야겠다고 결정한 것뿐이다.

입사

4월 13일, 세 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코로나 여파로 회사는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나는 입사 첫 날을 집에서 보내게 됐다. 첫날 조직 리더와 잠깐 통화를 했다. 팀이 하는 일과 내가 할 일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할지에 대해 얘기했다. 내가 속한 팀은 커머스 서비스의 소위 ‘전시’라고 불리는 영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고객 접점의 최전방에 있고, 변화가 잦다. 프런트엔드 개발 경험이 필요한 분야인데, 나는 전문적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두려움이 컸는데, 2개월 정도 팀의 프런트 기술 스택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팀의 시니어 한 분이 나의 멘토가 되어 간단한 todomvc를 팀 기술 스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프런트엔드 프로젝트와 node.js를 실무에서 써보진 않았는데, 2개월 동안 좌충우돌하면서 어느 정도 코드를 이해할 수준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긴 하다. node.js, typescript, react 등이 주축 기술인데 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새로운 스터디

이전까지 백엔드 위주로 개발하다 프런트엔드의 비중이 큰 일을 하다 보니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팀 멘토님께 몇 권의 책을 추천받았고, 그중 하나가 You don’t know JS 시리즈였다. 한국에는 네 가지 파트가 번역되어 있는데, 혼자서 공부하다 도저히 진도가 안 나서 스터디를 모집했다.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스터디를 진행했고, 두 권의 책 중 한 권은 이번 주에 다 끝냈다. 나머지 책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